운보 김기창(1913 ~ 2001)의 '예수의 생애' 판화 특별기획전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약 2년간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의 생애’ 를 매입하였습니다. 총 30점 연작 판화 중 매입한 28점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선보입니다.
한국화의 영역을 확장시킨 거장,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1913~2001)은 비록 귀가 들리지 않았으나 희망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예술가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고, 다가올 부활을 함께 기다리는 사순 시기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2월 14일), 운보의 연작 판화 전시 '심연에서 만난 빛(The Light found in the abyss)'은 성 토요일인 3월 30일까지 계속됩니다. 침묵의 심연에서 희망의 빛을 밝혀냈던 운보의 작품을 통해, 빛이신 그분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운보(雲甫) 김기창(金基昶, 1913~2001) 작가는 한국전쟁 시기 전북 군산에 있는 처가로 피란을 갔다가 미국 선교사의 권유로 <예수의 생애>를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수난이 전쟁 속 우리 민족의 고통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한국적인 성화를 제작하였습니다.
<예수의 생애> 연작을 작업하던 시기에(1952~1953) 작가는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성화 작업에 몰입하여 1년여 만에 ‘성모영보’를 시작으로 ‘그리스도의 승천’까지 총 30점의 연작을 그려냈습니다.
선녀의 모습으로 표현된 천사, 아기 예수가 탄생한 구유 주변으로 보이는 초가집,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성모 마리아,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 그리스도는 마치 조선시대 어느 고을의 이야기를 그린 풍속화를 보는 듯합니다. 때문에 이 연작 시리즈는 한국 종교미술 토착화의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운보는 7세에 열병을 앓은 후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었으나 ‘예술’이라는 평생의 과업을 통해 자신은 물론 현실의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농아복지재단을 설립, 농아학교와 직업훈련소 등 농아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등 희생과 봉사로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신에게 선택받은 상실’이라 표현한 것처럼 그는 절망 가운데에서도 그리스도가 부활에 이르는 희망의 소리를 듣고 실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감리교회에 다녔고, 스승의 권유로 장로교 안국교회에 다녔습니다. 그러다 아내 박래현과의 사이에서 얻은 막내딸이 ‘사랑의 선교 수녀회’에 입회한 계기로 일흔 살에 고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김 추기경과 교유하였으며, 장례미사도 추기경이 집전하였습니다.
전시전경
주요 작품